"엄마, 나 폰이 안돼"…버스에 울린 다급한 여고생 '목소리' 소름돋는 이유에 모두 경악

픽사베이/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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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씨의 휴대전화에 알 수 없는 번호로 온 문자 메시지가 전송됐다. 메시지는 "엄마, 내 전화가 고장나서 컴퓨터로 하고 있어요. 시간 될 문자 주세요."라는 내용이었다.

A씨는 아직 컴퓨터로 문자를 보낼 수 없는 유치원생 아들을 사칭한 메시지에 웃었다. A씨가 "유치원에 있을 때인데 뭐해?"라고 문자를 보내자 응답이 없었다.

"엄마, 나 전화 안돼요. 여기로 문자 주세요"라는 문구는 피싱 메시지에서 어린이를 사칭하는 사기꾼이 자주 사용한다. 이러한 사기꾼은 자녀의 전화가 고장나서 이를 통해 연락할 수 없도록 만드는 시나리오를 만든다. 이 시나리오에서 자녀는 문자 메시지 또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부모에게 연락한다.

29일 부산 해운대 일대에서 31번 버스에 탑승한 승객들은 확성기 너머로 들러온 갑작스러운 여고생의 목소리 안내에 깜짝 놀랐다. 엄마를 간절히 찾고 있던 이 소녀의 도움 요청에 동료 승객들은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어 “잠시 속고 계셨나요?”라며 "자녀 사칭 피싱 범죄, 일단 멈추고 확인하세요"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해운대경찰서는 버스회사의 도움을 받아 메신저피싱 예방방송을 실시했다. 본 방송은 목적지 안내 음성뒤에 재생되었다. 경찰은 다음 달 29일까지 아동 사칭 및 정부기관 사칭 사례를 방송하는 등 메신저피싱 예방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프로모션은 총 6개의 버스(1002, 107, 144, 31, 155, 200)에 하루 1200회에 걸쳐 재생된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피싱 범죄의 대부분은 50~60대 개인이 당하는 경우가 전체 사건의 85.8%를 차지한다. 이러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이 연령층이 자주 이용하는 노선의 버스를 선택하고 승객에게 경고 음성을 제공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보이스피싱도 발전하고 진화했다. 여기에 더해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바일 앱인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메신저 피싱이 새로운 사기 수법으로 등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2021년 상반기 보이스피싱 피해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전체 피해는 전년 대비 46.4% 크게 감소했다. 반면 메신저 피싱으로 인한 피해액은 466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5.4% 급증했다. 이 금액은 전체 피해액의 55.1%를 차지한다.

사기 행위에 가담하는 범죄자들은 ​​일반적으로 미성년자나 친척을 사칭하고 돈이 필요하다는 구실로 계좌 정보나 신분증과 같은 금융 거래 기밀 정보를 요구한다. 그런 다음 정보를 이용해 남은 잔액을 모두 가져간다. 또한 개인 정보를 가져오고 오용할 수 있는 링크를 전송하여 원격 제어 기술을 악용할 때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용카드나 은행계좌번호,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신분증 사진 등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문자 메시지가 오면 제공하지 않는 것이 필수적이다. 대신 본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가족이나 지인으로 본인 확인을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어떤 상황에서도 응답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특히 전화가 고장나거나 파손되어 전화를 걸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 카카오톡에 낯선 번호를 추가해 달라는 요청을 거부하도록 자녀에게 지도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확산된 오픈 뱅킹 이용에 자꾸 터지는 '메신저 피싱'에 금융위 반응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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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를 이용한 피싱 범죄가 점차 늘어가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의 대처도 주목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2022년 보이스피싱 피해 및 주요특징'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보이스피싱 사기(구체적으로는 계좌이체형) 피해액이 1451억원으로 231억원보다 13.7%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금액은 2019년 이후에는 크게 감소했는데, 이는 COVID-19 대유행과 같은 요인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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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도 보이스피싱 대상자는 총 13,213건으로 전년 대비 3.0%, 397건 감소한 12,816건을 기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 메신저 등 비대면 채널 이용이 크게 늘면서 가족이나 지인을 사칭하는 메신저 피싱 사례가 크게 늘었다. 이 비율은 2020년 15.9%에서 2022년 63.9%로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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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피싱은 대상 개인의 개인 정보를 훔치는 데 초점을 맞춘 행위다. 이는 메시징 앱을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한 다음 신분증 또는 은행 계좌 비밀번호 사본을 요청함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또한 피해자가 악성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도록 유도하여 가해자가 휴대폰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

금융거래에서 사기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새로운 유형의 사기는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사기피해는 오픈뱅킹의 용이성과 간편송금의 장점을 이용한다. 오픈뱅킹은 은행의 송금·결제 네트워크를 표준화해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으로 모든 은행계좌 조회, 결제·송금 조회가 가능한 금융 서비스다.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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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뱅킹 시행 이후 1인당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 감소세가 완만해졌다. 2022년 보이스피싱 피해 총액은 1,451억원으로 2019년 6,720억원 대비 78.4% 감소하였다. 2년여에 걸쳐 보이스피싱 피해 환급률은 2020년 48.5%에서 2022년 26.1%로 크게 낮아져 점진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보이스 피싱... 금융위 대책 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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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올해 금융권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한 5대 주요 대책을 내놨다. 이러한 조치는 보이스피싱에 대한 보다 나은 보호를 위해 올해 상반기에 시행될 예정이다.

우선 '오픈뱅킹 방어대책 마련'은 개인정보가 유출돼 사고예방시스템에 등록된 개인에 대해 오픈뱅킹 가입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또 무통장 입금 한도를 통장당 10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절반으로 줄였다. 또한, 통장 확인이나 실명 확인 없이 ATM 입금을 받을 수 있는 한도가 1일 300만원으로 제한된다.

이곳에서도 '오픈뱅킹 피해 감소'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비대면 계좌개설을 통해 오픈뱅킹에 가입한 경우 3일간 오픈뱅킹을 통한 자금이체가 불가능하다. 또한 오픈뱅킹 최초 가입 시 결제 및 선불충전 이용 한도가 기존 1000만원에서 1일 300만원으로 제한된다.

원격제어를 방지하기 위해 원격제어 애플리케이션의 사용을 제한하고, 비대면 계좌개설을 위한 본인인증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회사는 본인인증시스템 사용을 확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안면인식 기능을 도입해 비대면 계좌개설 보안을 강화할 예정이다. 

보증인 없이 대출을 주로 하는 신용회사는 대출 신청이나 카드 발급 시 신분증을 제출하고 본인 확인 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 최근 보이스피싱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서일준 의원이 발의한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 및 손해배상에 관한 특별법(법률 제17926호)'이 개정됐다. 이 개정안은 3월 중순 국회에 상정돼 본회의를 통과한 뒤 이달 초 정부에 이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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