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5000만원 계약→해지→호가 5억으로

출처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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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삼성전자가 300조원을 들여 세계 최대 규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갑작스럽게 발표한 뒤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개발 사업 예정지는 710만㎡(250만 평)에 이른다. 기존 삼성전자 용인 기흥·화성·평택 캠퍼스를 다 합친 것보다 20% 정도 더 넓다. 삼성전자는 이 부지에 첨단 반도체 제조 라인 5개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정부에 보고했다. 신규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기존 생산단지(기흥,화성,평택,이천 등)와 인근 소부장 기업, 팹리스 밸리(판교)를 연계한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완성한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용인시가 발표한 ‘개발 행위 허가 제한 구역’'을 보면 클러스터가 조성될 부지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남사읍은 완장리와 창3리 등 임야 지역 일부가 포함됐고 이동읍이 예정지 면적의 대부분이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투기방지를 위해 남사읍과 인근 이동읍을 지난 20일부터 2026년 3월19일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되면 대지지분 60㎡을 넘는 부동산 거래 시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주택은 취득 후 2년간 실거주하는 조건으로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다만 해당 단지 3·5·6 단지의 경우 전용 84㎡ 평형 대지지분이 55㎡ 내외로 갭투자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분양으로 마이너스나서 골칫거리였던 아파트, 실거래가 일주일 사이 1억원 올라, 매물 거둬들이기도

출처 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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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편한세상 한숲시티 5단지는 남사읍의 유일한 대단지 아파트다. 농지와 썰렁한 산업 단지를 지나면 e편한세상 한숲시티 2~6단지가 모여있는 6800가구가 들어선 대규모 주거 단지가 등장한다. 아파트 단지를 따라 대형 상권이 정비되어 있으며, 이 아파트 바로 옆 절대 농지부터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땅이다.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용인시 남사읍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는 지난 16일부터 이날까지 26건(계약취소 건 제외)의 거래가 성사됐다. 해당 단지는 총 5개 단지 67개동 6800여가구로 이뤄진 남사읍 내 유일한 대단지다.

출처 DL이앤씨,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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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단지는 지난 16일에만 7건의 거래가 체결됐는데 이는 정부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삼성전자의 30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한 지난 15일 바로 다음 날이었다. 거래가격은 단 며칠 사이 1억원 넘게 뛰었다.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 5단지 전용 84㎡는 지난 17일 4억5500만원(14층)에 팔렸다. 해당 평형은 지난 4일만 해도 3억5700만원(17층)에 팔렸는데 순식간에 1억원이 오른 것이다. 반면 해당 발표 직전 이전 시세로 거래가 이뤄진 계약들은 위약금을 감수하며 일제히 계약취소 신고가 올라왔다.올해 거래된 세대 중 정부 발표 후 거래가 취소된 곳은 무려 16곳에 달했다.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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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용면적 84㎡를 3억 5000만원에 계약한 거래가 있었는데, 계약금 3500만원만 입금한 상태에서 원래 주인이 계약 취소 의사를 밝혀서 계약금의 2배를 물어줬다”며 “일주일 사이 1억이 올랐으니 6500만원은 벌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기존에 매물을 내놨던 집주인들이 갑자기 부동산 여기저기서 팔라고 하니, 물건을 거둬들였다”며 “5억원 이상 갈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2,4단지의 경우 대지 지분이 상대적으로 커서 갭투자가 불가능하지만, 3·5·6 단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제한을 받지 않아 갭투자를 하려는 외지인들의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첨단 반도체 공장과 가까운 입지를 뜻하는 ‘반세권’이 뭐길래? 

출처 온라인커뮤니티, 호갱노노 어플 캡처
출처 온라인커뮤니티, 호갱노노 어플 캡처

이처럼 해당 지역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면서 부동산 관련 지표도 영향을 받고 있다. 전날 발표된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3월 셋째주(20일 기준) 용인 처인구 일대는 이러한 호재로 아파트값 하락폭이 -0.02%로 지난주(-0.55%)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또 아파트 실거래 정보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앱) '호갱노노'에는 해당 발표 이후 일주일 넘게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가 인기아파트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은 인기 지역 2위다. 업계 관계자는 "전셋값이 많이 빠져 집을 팔아 해결해야만 하는 집주인들과 싼 가격에 투자를 하려는 갭투자자들의 수요가 잘 맞았던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 지역은 기반시설이 많지 않아 가격이 더 오르게 되면 지금처럼 거래가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GTX 호재로 가격이 올랐던 곳들이 부동산 하락기에 대폭락한 것처럼 가격이 부풀려지면 그만큼 외부 충격에 약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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