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수준의 금액이 아냐
구단, 선수, 야구 팬들까지
개막 전날 압수수색

KIA 타이거즈 장정석 단장의 뒷돈 요구가 밝혀지면서 결국 해임됐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장동철 사무총장이 장정석 KIA 타이거즈 단장의 '뒷돈 요구'가 농담 수준으로는 볼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사무총장은 "녹취를 들었다면 농담이라고 할 수 없다"며 강조했다. 

장 단장은 지난 겨울 프리에이전트(FA) 박동원(LG 트윈스)과 협상에서 금품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장 단장은 선수와 오랜 친분이 있는 만큼 가볍게 대화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결국 해임됐다. 

장단장의 주장과 달리 해당 대화를 들은 이들의 생각은 다른 분위기다. 장 사무총장은 열흘 전쯤 박동원을 만나 해당 녹취를 처음 들었다고 전했다. 장 사무총장은 "지금도 며칠째 '멘붕'에 빠져있다"고 할 만큼 당혹스러운 내용이었다며 참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현역 단장이 선수에게 뒷돈을 요구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예비 FA'이던 박동원은 지난 시즌 중 키움 히어로즈에서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 됐다. 야구계에서는 KIA가 박동원과 시즌 중 다년 계약을 맺거나 FA 계약으로 계속 동행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시즌 후 FA를 선언한 박동원은 4년 65억원에 LG와 계약해 이목을 끌었다. 

 

이 과정에서 장 단장은 시즌 중 한 번, 그리고 시즌 후 한 번 박동원에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사무총장은 "선수도 이를 제보하기까지 얼마나 고민이 많았겠나. 선수는 더 괴로웠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이건(뒷돈 요구)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 아니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KIA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장정석 단장을 해임했다. 구단은 "지난주 제보를 받은 뒤 사실 관계 등을 파악했다. 하지만 사실 관계를 떠나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소속 선수와 협상 과정에서 금품 요구라는 그릇된 처신은 용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장 사무총장은 "우리 야구계가 힘든 시점이지만, '이런 힘든 부분도 있다, 다 깨끗이 정리하고 우리가 정말 다 같이 환골탈태하자'는 목적도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경각심을 주려는 취지도 있다"고 밝혔다.

개막 전날 KBOP 압수수색

개막 전날 KBOP 압수수색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김수민 부장검사)는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O 사무국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지난해 불거진 스포츠마케팅 전문업체의 횡령·로비 혐의의 연장선이다. 검찰은 KBOP 간부가 중계권 협상 등에 관한 직무상의 이점을 이용해 해당 업체로부터 금품 등의 대가를 받은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소식에 KBO리그 팬들이 받은 충격은 두 배로 크다. 장정석 전 KIA 타이거즈 단장이 선수에게 '자유계약선수(FA) 계약 금액을 높여주겠으니 일정 금액을 되돌려달라'며 '뒷돈'을 요구해 해임된 데 이어, KBO리그의 주요 수익원인 중계권을 담당하는 KBOP 간부가 '금품 등의 대가'를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

41번째 KBO리그 개막을 앞둔 현재, KBO 관련 타임라인은 참담한 수준이었다. 전 롯데 자이언츠 투수 서준원이 미성년자 관련 범죄 행위 혐의로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팬들의 실망감은 더 커졌다.

 

KIA 구단도 피해가 막심하다. 단장 자리를 공석으로 두고 시즌 개막을 맞게 됐다. FA 협상 과정에서 박동원이 장 전 단장의 잇따른 뒷돈 요구에 KIA 잔류 의지가 꺾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포수 포지션이 고질적인 약점으로 평가받았던 KIA이기에 피해는 더 크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 역시 어수선해진 선수단 분위기로 개막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장 전 단장 재임 시절 이뤄진 FA 계약이나 트레이드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초리가 쏟아지고 있다. KIA 구단과 선수협은 박동원 외 다른 선수들의 제보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쉽게 거둬지지 않는다. 

한 사람의 무책임한 행동이 직간접적으로 야구계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연이은 악재 속에 개막을 맞게 된 KBO리그가 분위기를 수습하고 팬심을 돌릴 수 있을지, 관행처럼 행해지던 비리, 승부조작 등이 이번 기회에 뿌리 뽑힐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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