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지식인 할아버지' 조광현 씨 별세 

"산타클로스는 몇 살이에요?" → "아버지의 나이와 동갑입니다." (2012년 12월 24일) "어젯밤 11시쯤 자는데 침대가 흔들려서 깼다." →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알아도 모르는 척하는 게 예의다"(마지막 답변 2022년 11월 10일)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네이버 '지식인(iN)'에 '녹야'라는 아이디로 수많은 댓글을 남기며 '지식인 할아버지'로 불렸던 조광현이 향년 8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치의학을 전공하고 1962년부터 1995년까지 서울에서 치의학 활동을 했다. 고인이 회갑을 전후해 치과를 그만두고 2002년경부터 인터넷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남긴 지식인 답변은 총 53,839건이다. 그에게 도움을 받은 지식인 질문자도 4만 7630명이다 녹야는 고인이 중학생 시절 드넓고 푸른 들판에서 살겠다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다. 

[하수-평민-시민-초수-중수-고수-영웅-지존-초인-식물신-바람신-물신-달신-별신-태양신-은하신-우주신-수호신-절대신]으로 이루어진 지식인 등급 중 고인은 두 번째로 높은 '수호신'에 해당했다. 고인은 초등학교 입학 전 한자 4000자를 암기하는 등 치아에 대한 지식과 전공, 실력을 바탕으로 여유와 위트가 넘쳤고, 삶의 지혜가 담긴 답변을 해 인기를 얻었다. 2017년 2월과 2018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시력 장애로 지식인 활동 중단을 시사하는 글을 올렸으나 안타까운 팬들의 요청으로 활동을 재개했다. 

네이버 지식인
네이버 지식인

다음은 <한겨레> 등의 매체에 등장한 질문과 답변이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은 설 선물이나 용돈으로 얼마의 돈을 가질까?" → “그런 건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점점 더 힘들어지고 살기 싫어집니다." 

"할아버지 제가 요즘 공부에 흥미도 없고 재미없어서 조언을 구해요" → "배우는데 관심도 없고 재미없다는 사람한테 할 말 없어요. 내 연설도 지루할 것입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모르는 질문을 받으면 공부하고 답을 한다고 말했다. 

“이 나이에도 모르는 건 알고 싶다. 저도 공부하려고 사전을 찾는다. 궁금해서 직접 찾아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지식은 이렇게 성장했다. 내가 모르는 걸 알면 초등학생도 은인이다. 나는 그가 나의 선배라고 생각한다" 

그는 "왜 지식인들은 현명한 답이 필요한 질문을 하지 않는가? 자기 계발에 도움이 되는 글이 너무 많다. '예쁘지 않은 연예인은?' (2013년 8월 11일) 같은 장난 질문에 답변하는 재미가 없다"라는 질문에 “어떻게 그런 지루한 질문만 보셨을까. 정말 살과 피가 되는 질문과 답이 많다. 열심히 찾아보세요. 부처의 눈은 부처만 본다는 옛말이 있다. 음미해 볼 만한 말이라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남겼다. 

 

조광현 별세에 네이버도 추모 동참 

재치 있고 솔직한 답변과 네이버 지식인(iN) 활동으로 '지식 할아버지'라는 별명을 얻었던 조광현(녹야)씨가 향년 87세로 별세했다. 유가족에 따르면 29일 고인은 지난 27일 밤 10시경 서울의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숨졌다. 고인은 평생 치과의사로 일하다 은퇴한 뒤인 2004년부터 지난해 11월 10일까지 네이버 지식인에 대한 네티즌들의 수많은 질문에 답했다. 

이날 기준 네이버에 올라온 고인의 지식인 답변은 5만 3839개이며 이 중 질문자가 수락한 답변은 2만 7883개로, 답변 수락률은 70.5%였다. 프로필을 보면 지식인 중 '수호자'로 두 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고인은 2008년 파워 지식in 상도 수상했으며 2009년 명예의 전당 순위에서 채택률 탑 73위라는 기록 차지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2017년 2월 건강상의 문제로 활동을 잠정 중단한 고인은 이듬해 10월 블로그를 통해 “원활한 활동을 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고, 여러분의 폭넓은 이해와 관대함 속에서 차근차근 막을 내릴 준비를 해야 한다"며 공식은퇴를 선언했다. 

앞서 고인은 활동 재개 당시 거의 실명에 가까운 상태였지만, 두 개의 돋보기를 겹쳐서 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영안실에 대표 최수연 명의 조문 화환을 보내고 지식인 사이트에 추모 글을 올렸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5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30일 오전 6시 15분이다. 

 

'지식인 할아버지' 별세에 온라인 애도 물결 

네이버는 이날 20년 가까이 지식인으로 활동한 고인의 빈소에 최수연대표 명의 조문 화환을 보내고, 지식인의 일환으로 추모 글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추모문에는 조 씨의 활동 기간 동안 유저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질문과 답변이 담길 예정이다.

고인은 2004년부터 지난해 11월 10일까지 자신의 닉네임에서 따온 '녹야'라는 아이디로 총 5만 3839건의 댓글을 남겼다.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졸업 후 1962년부터 1995년까지 치과의원을 운영한 경험을 살려 주로 "인체건강상식"(2,070회 응모)과 "치아유지 및 치료" 분야에서 활동하였다. 특히 그는 한문학, 연애, 결혼, 음식, 취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치 있는 반응으로 네티즌들을 사로잡았다. 그의 반응은 '좋아요' 157,549개, '유용하다' 6,667개, '재미있다' 6,762개 등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고인은 성실한 지식인 노력을 인정받아 2008년 네이버 파워지식인상을 수상했고, 2009년 채택왕 명예의 전당 73위에 올랐다. 그에게 도움을 받은 지식인은 4만 7630명에 이르렀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네티즌들은 "지식인 할아버지 그동안 고마웠다", "우리 시대 가장 젊은 어른이 돌아가셨다" 등의 댓글로 그를 추모했다.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나 경복고,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한 후 1962년부터 1995년까지 종로→신촌→홍익대학교에서 영진치과의원을 운영했다. 그의 아내 늘샘 권오실(1936~2022) 여사는 1980년 대한민국 미술전람회(서예부문) 대상을 수상하고 대한미술협회 부회장을 역임한 유명 서예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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