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오세요" 베트남 축구 전설 '박항서' 감독 떠나자 충격적인 '실적'에 모두 경악

'동남아 최강' 베트남이 '동남아 올림픽'으로 불리는 '동남아시안(SEA) 게임'에서 탈락했다. 그러자 베트남 언론과 팬들은 박항서 감독을 찾았다.

필립 트루시에 감독이 이끄는 22세 이하(U-22) 베트남은 13일(한국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올림픽경기장에서 열린 2023 동남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준결승에서 2-3으로 패했다. 경기 시작 10분 만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베트남은 전반 36분 동점골로 1-1로 전반을 마쳤고 후반 8분 또 한 골을 내줬다.

그러나 후반 15분 상대 프라타마 아르한이 레드카드를 받고 수적 우위에 있던 베트남이 후반 34분 자책골로 균형을 맞췄다. 그러나 후반 추가시간 6분 결승골을 내주고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대회 3연패를 노리던 디펜딩 챔피언 베트남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탈락했다. 베트남은 16일 태국에 0-3으로 패한 미얀마와 대결할 예정이다. 이번 대회는 A매치와 아시안게임을 준비 중인 신태용 감독을 대신해 인드라 샤프리 기술위원장이 임시 코치로 나선다.

베트남은 지난 두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2019년과 코로나19로 인해 1년 연기됐고, 지난해 열린 2021년 대회에서도 연달아 우승했다. 베트남은 결승전에서 각각 인도네시아와 태국을 만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모두 박항서 감독 시절 세운 기념비적 탑이었다.

태국에 이어 2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베트남은 이날 수적으로 우세한 경기를 펼쳤음에도 매번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 결국 경기 종료 직전 결정적인 중거리슛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그러자 '켄 H14' 등 많은 베트남 언론이 박항서 전 감독을 찾았다. 박 감독과 트루시에 감독을 비교한 것이다. 박 전 감독은 지난 1월 말 베트남 대표팀을 떠났다. 2022년 동남아시아(AFF) 미쓰비시 일렉트릭 컵은 베트남이 마지막으로 지휘봉을 차지한 대회였다.

그의 후계자는 트루시에 감독이었다. 트루시에 감독은 프랑스 대표팀 감독으로 일본 대표팀도 맡았다. 박 전 감독도 이틀 전 1-1로 비긴 태국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당시 많은 현지 언론은 박 대통령의 방한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날 박 전 감독도 경기장을 찾았다. 하지만 경기의 집중을 흐트러뜨릴 수 있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조용히 경기를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매체는 "U22 베트남 대표팀이 2-3으로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되자 트루시에 감독과 선수단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고 전했다. 이어 "박항서 감독도 그날 그의 전 제자들이 인도네시아와 경기하는 것을 보기 위해 관중 속에 있었다"며 "전 감독님을 알아보고 베트남 축구의 역사를 쓴 감독님과 행복한 셀카를 찍었다”고 말했다.

 

“벌써 박항서 감독님이 그리워요" 외치는 베트남 축구 팬들

"너무 늦기 전에 필립 트루시에 감독과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 나는 라오스를 상대로 이런 경기를 본 적이 없다" 박항서 감독의 뒤를 이어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은 필립 트루시에 감독이 거센 비판에 흔들리고 있다. 그 출발점은 최근 동남아시안게임(SEA 게임)의 1차전 결과다. 동남아판 올림픽이라고 한다.

박 감독 시절 베트남 U22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2019년 우승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했다. 베트남이 60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탈환한 대회였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전년도인 2018년 AFF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에 베트남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19 SEA 게임에서도 우승하면서 그의 리더십은 비교할 대상이 없었다. 2019년 60년 만에 쟁취한 우승 타이틀을 다음 대회에서도 빼앗기지 않은 상황에서 베트남 축구팬들은 이번 대회에서 무엇을 기대할까. 당연히 3연패다.

지난 4월 30일 캄보디아에서 베트남 팬들의 기대를 모았던 첫 경기가 열렸다. 우리의 첫 번째 상대는 라오스였다. 지난해 말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라오스를 6-0으로 꺾었다.

매번 6골을 터뜨리며 대승을 기대하지는 않겠지만, 지난 경기의 짜릿한 기억을 가슴에 품고 있는 베트남 축구팬들이 동남아 게임 첫 경기를 어떻게 지켜봤을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게임 내용은 심상치 않았다. 경기 초반 선제골을 터뜨리며 리드를 잡았지만 이후 라오스의 강인한 수비에 공격이 거듭 막혔다. 고구마를 먹듯 답답한 게임이 이어졌다.

경기 막판 추가골을 터트려 2-0으로 이겼지만 팬들은 만족하지 못했다. 끝으로 상대팀 감독 마이클 와이스(Michael Weiss)와의 인터뷰에서 “라오스가 승점을 따낼 수 있는 경기(무승부라도 된다는 뜻)였지만, 우리가 져서 아쉽다”는 인터뷰가 나올 정도였다.

경기 내용이 이 정도였기에 팬들은 '베트남이 10년 동안 라오스에 이렇게 큰 고생을 한 적이 있었나? 한국 코치들을 시급히 초청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며 팀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동남아에서는 '박항서 감독의 리더십이 최고 수준이었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대표팀에 가장 큰 공적을 안겨줬다는 걸 잊고 폄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의 재능과 미덕에 대한 비평가들은 신임 감독이 이번 경기를 본 후 감히 그와 비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는 내용의 댓글이 수백건 넘게 달렸다.

또 “박항서 감독님은 부족한 재료로 맛있는 요리를 할 줄 아는 훌륭한 셰프이기 때문에 여전히 베트남에 적합하다”, “이번 경기를 보고 너무 보고 싶었다”는 평도 나왔다.

 

트루시에, 인터뷰 중 "베트남 축구에 새로운 철학을 도입할 것"

궁지에 몰린 것은 트루시에 감독이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경기 내용에 당연히 만족할 수는 없다. 개막전은 항상 어렵기 때문에 선수들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다. 아르헨티나가 첫 경기(월드컵)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게 패하지 않았나, 이번 경기가 다음 경기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것은 뒤이어 나온 발언이었다. 그는 베트남 축구에 새로운 철학을 도입하고 싶다며 "지금까지 베트남은 수비 전술로 수비에 집중하며 동남아 수준에서 많은 승리를 거뒀다. 그런데 아시아(월드컵 최종 예선을 가리킴)의 경우 같은 플레이 스타일로 10경기 중 8번은 패하지 않았나요? 아시아와 세계 축구의 수준을 보면 기존의 경계를 넘어야 한다”며 박항서의 수비 전술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했다.

결국 감독은 팀에 자신만의 색을 입혀야 하는 사람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 감독을 지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그리고 결국 성적으로써 옳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외로운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다. 트루시에와 베트남의 동행은 언제까지 계속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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