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블라인드에 "성범죄 증거 영상 보면서 XX"?

 

현직 경찰관으로 추정되는 A씨가 성범죄 사건의 증거로 제출된 영상을 보고 흥분을 느꼈다고 쓴 글이 논란이다. 8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의 19+ 게시판에는 '오늘도 출근해서'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A씨가 작성한 글을 보면 그는 성범죄 수사를 진행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성범죄와 관련된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성행위가 담긴 녹취록이나 영상을 본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몰카를 시청한 것이다.

A씨는 "이걸 보고 몸이 발기 반응을 하는 게 너무 비참하다"고 덧붙였다. 블라인드 내 A씨의 소속은 경찰청으로 표시됐다. 직장을 인증해야지만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블라인드에 글을 게시한 A씨는 경찰임을 유추할 수 있다.

해당 기사는 수사경찰이 피해자가 제시한 증거자료를 검토하던 중 성적으로 흥분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인 만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글을 본 한 블라인드 누리꾼은 "이 경찰관도 성범죄자로 분류되는 것 아닌가"라고 문의했다. 그리고 "조사 과정에서 보고 들은 내용은 이해하지만 어떻게 증거물을 보고 흥분했다는 글을 작성할 수 있냐"며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발기는 생리학적 현상이니 어쩔 수 없다 해도 그 내용을 여기다가 적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누가 게시글을 적었는지 조사가 필요하다", "이래서 경찰 믿고 조사 맡기겠냐" 등의 비판을 남겼다.

해당 글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후 해당 글은 삭제됐다. 그러나 삭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캡처되어 수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포되고 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 이용자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공론화 되면 누군지 색출할 수 있을 텐데”라며 앞으로의 행보에 궁금증을 드러냈다. 다른 이들은 "미친 짓이야! 그런 글을 올리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며 사태의 심각성에 경악했다. 또 "죄책감으로 포장했다고 하더라도 야한 소설이나 다름없다. 주작이길 바란다. 그게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성범죄 조사관 "흥분했다" 글에 경찰청 "블라인드 주의령" 특별지시

사진 =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사진 =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현직 경찰관으로 추정되는 이가 성범죄 조사 중 "증거물을 보고 흥분해서 발기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청의 반응도 주목된다. 직원들을 위한 익명 온라인 플랫폼 '블라인드'를 발견한 경찰청은 전국 모든 시·도 경찰청에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이용 시 언어에 유의하도록 지시했다. 특히 부적절하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표현은 책임감을 가지고 자제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까지 이러한 행위가 공식적으로 보고된 사례는 23건이다.

블라인드는 사용자에게 익명성을 제공하는 커뮤니티다. 등록하고 참여하려면 사용자는 직장 이메일 주소로 인증해야 한다. 경찰공무원이 작성한 글에는 경찰청이 작성자의 소속기관으로 나와 있다. 경찰청은 이와 같은 익명의 플랫폼에 글을 올릴 때는 기관명이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언어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찰청은 2012년 6월 제정하여 모든 경찰서에 배포한 '경찰공무원 SNS 이용 원칙'의 준수를 강조하고 있다. 원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사용할 때 따라야 할 일련의 지침을 포함한다. 이러한 지침에는 게시된 모든 기사의 내용에 대한 책임, 공개 토론 가능성 고려, 기밀 유지 및 개인 정보 보호, 조직 조화 촉진 및 정확성과 투명성 우선 순위가 포함된다. 경찰청은 이러한 원칙을 준수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경찰은 소셜 미디어 활동에 참여할 때 책임감 있고 신중해야 하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나 개인적인 의견을 경찰의 공식적인 입장인 것처럼 표현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 =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사진 =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최근 경찰청의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언급에 대해 수사 안팎에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행정안전부 경찰청 블라인드 출범을 둘러싼 논란은 “정권의 앞잡이가 돼 경찰청을 다스릴 수 있겠냐”는 등의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경찰청의 한 경사는 "지난 몇 년 동안 경찰관들에게 SNS를 활용하도록 지시했지만, 블라인드와 같은 익명의 커뮤니티를 선별해 직접 표적으로 삼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블라인드는 익명성을 유지하는 기본 원칙에 따라 운영되는 플랫폼이다. 모회사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게시물이나 댓글 작성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경기남부청은 지난달 14일 경기남부청장의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접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문제의 기사는 "거리에서 쓰레기를 줍는 것이 경찰의 의무인가"였다. '경찰사랑'에 글을 작성해 게시한 개인은 조사가 시작된 다음 날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블라인드 글을 올린 사람의 신원을 특정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블라인드에는 "블라인드만 살아날 길", "'경찰 사랑'에서 하차하겠다" 등의 댓글이 다시금 눈에 띄었다.

한 경찰 경감에 따르면 본사에서는 여과나 익명성이 없이는 조직 내부 문제를 서면으로 밝히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어 서버를 장악하거나 수색하는 등 권력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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