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3명 극단적인 선택
월세 20만 원 없어서 깎아줄 수 있냐 부탁

서울 강서구 다세대주택에서 일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사건을 조사하면서 숨겨졌던 사실이 속속 드러나며 시민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사망자는 59살 어머니, 34살 큰아들과 사촌인 40대 여성 총 3명이다. 일가족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나라의 도움을 받고 있었으나, 사망 2개월 전 집주인에게 원래 20만 원이었던 월세를 10만 원으로 깎아달라는 부탁을 할 정도로 형편이 좋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강서경찰서는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부검 결과를 토대로 타살보다는 자의에 의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30대 아들은 류머티스 관절염으로 집안에서만 생활

다단계로 어머니가 생계유지

강서경찰서와 주민센터에 따르면 다세대주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일가족 모두 맞춤형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되었던 것이 알려졌다. 어머니와 아들은 주거급여를 비롯하여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를 지원받았으며, 사촌 친척인 여성 역시 타 지자체에서 수급자로 등록되어 도움을 받아왔다.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기초수급자로 선정된 배경에는 건강 문제가 자리했다. 30대 중반이었던 아들 B 씨는 류머티스 관절염을 앓으며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웠다고 알려졌다. 해당 질환은 관절에서 염증이 발생하여 몸 전체 부종, 통증이 번지는 증상으로 원인을 알지 못하는 난치병이다. 하지만 한국 규정상 장애 등급 판정 받기가 어려워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그 때문에 2014년부터 기초 생활 수급 제도의 도움은 받았지만, 상태 호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B씨는 민방위 훈련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주민센터에 부탁할 정도로 불편을 겪었으나, 건강상 추가적인 지원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어머니 A씨 또한 우울증과 갑상선 질환을 앓고 있었고 다단계 판매업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왔다고 한다. 아들이 일하기 어려워지자 본인이 식품이나 물건을 팔아 돈을 마련했지만 이역시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커졌다. 사망 직전에는 어깨 부상을 입어 긴급 의료비 지원을 신청하여 수술을 받았다고 전해졌다. 이들이 한 달에 지원받은 금액은 약 127만 원이었다. 

의료급여는 받았지만, 건강보험에 포함되지 못하는 비급여 치료비용 때문에 더욱 빈곤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맞춤형 기초생활보장 제도는 부양 의무자가 없거나 능력이 부족한 저소득층 가구에게 생계비, 주거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A씨에게는 전남편과 함께 사는 다른 아들 C군이 있었지만, 그 역시 부양 의무를 짊어질 만한 소득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극단적인 선택 위험 감지 못했나

복지 혜택이나 지원을 등록한 가구는 담당 직원이 안내 전화나 연 1회 방문으로 관리를 진행해야 한다. 사건이 일어난 지자체에서도 당해 4월 A씨 쓰레기봉투를 전달하기 위해 일가족을 만났으나 심각한 이상 사항이 없었기 때문에 추가 상담을 하지 않고 넘어갔다. 

만약 고독사 위험이 있거나 지병을 앓고 있다면 '고위험 가구'로 지자체 내에서 특별 분류하여 집중 관리를 받는다. 하지만 A씨 모자는 2인 가구로 해당 관리 조건에 부합되지 않아 어디에도 긴급 도움을 청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상담을 추가로 더 진행하는 조건은 ‘두 사람이 요즘 잘 안 보인다’라거나 ‘연락이 안 된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되어야 한다. 또한 우울증 환자라면 위험 징후가 가정 방문에서 확인되어야 하는데 괜찮았다"며 사건 발생 이전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공과금이 3개월 이상 체납되었다면 구청의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을 이용하여 이상을 감지했을 텐데"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일가족 3명은 어려운 와중에도 내야 하는 세금이나 월세는 꼬박꼬박 밀리지 않고 냈던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평소 행복센터에 기존의 의료급여 외에 또 다른 추가 혜택을 받을 수 없는지 묻는 일이 잦았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A씨의 경우 1종 의료급여 수급자로, 급여 항목은 전액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또한 외래진료도 1,000원에서 2,000원 정도의 진료비만 부담하면 된다. 하지만 질환 특성상 비급여 항목에 해당하는 진료를 받아야 하는 일이 있었고, 그럴 때마다 저희에게 추가로 도움받을 수 있도록 문의했다"라며 “이용가능한 의료비 후원을 연계해 드렸다”고 추가적으로 설명했다.

 

집주인 20만 원 월세를 10만 원으로 줄여줘...

수도세도 내지 않았다

출처 - pixabay
출처 - pixabay

강서구 일가족 참변은 A씨의 작은 아들이 신고로 접수되었다. "어머니와 형이 며칠 전부터 연락이 닿지 않는다"라며 경찰에 연락했으며, 신고를 받은 경찰은 다세대주택에서 3명의 시신을 발견했다. A씨의 원래 고향은 광주광역시로 10여 년 전 남편과 이혼하게 되면서 큰아들 B씨만 데리고 서울에 정착하였다고 한다. 광주에 남은 나이가 더 어린 두 아들들은 연락은 하면서 지냈지만, 지역상 거리가 멀어 자주 찾아보지는 못했다고 알려졌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일가족에게 타살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B씨의 혈액 간이 검사에서는 일산화탄소 중독 징후가 높게 나타났지만, 다른 2명의 시신은 이미 부패가 상당히 진행하여 정확한 결과를 얻기 어렵다고 밝혔다.

안타까운 선택으로 유명을 달리한 일가족의 한 달 전 집주인에게 보낸 월세를 깎아달라는 요청이 알려지면서 수많은 네티즌들을 울리기도 했다. 집주인은 지금까지 월세가 밀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갑자기 10만 원 깎아줄 수 있겠냐며 부탁을 했다고 한다. 해당 주거지는 전세보증금 8,000만 원에 월세 20만 원으로 반전세였지만, 월세와 대출 이자 부담까지 겹치면서 생활고를 겪었다고 짐작된다.

이에 집주인은 A씨 가족을 안타깝게 여겨, 월세를 절반으로 줄여 10만 원만 낼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었고 수도세도 내지 않게끔 배려해 주기도 하였다. 

강서구 모자의 경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기본적인 지원은 받았지만, 사회적 관심에서 소외되어 비극을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회적 약자 계층에 대한 지역사회의 돌봄 제도가 지금보다 촘촘히 마련되어야 한다며 전문가들은 소리를 높였다.

나남뉴스 오늘의 핫이슈
많이 본 기사
저작권자 © 나남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