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살해하고 행인들에게 ' 많이 다쳐서.. '라고 거짓말 한 이유는?

출처 YTN 유튜브

데이트 폭력으로 신고 당한 남성이 경찰 조사를 받은 지 약 1시간 만에 신고 당사자인 애인을 살해한 서울 금천구 살인 사건은 연인의 신고에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보복 살인'으로 경찰은 잠정 결론을 내렸다.

서울 금천 경찰서는 2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혐의로 김 모(33)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 오후 3시 25분경 김 씨의 거주지가 있는 경기 파주시 소재 야산 공터에서 김 씨를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김 씨는 전날 오전 7시 17분쯤 금천구 시흥동 한 상가 지하주자창에서 연인 사이인 A(47) 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약 1년 정도 교제한 사이로 알려졌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A 씨가 자신을 신고한 사실에 '화가 났다'라고 범행 동기를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에 앞서 김 씨는 당일 오전 5시 37분쯤 지구대에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김 씨가 TV를 부수고 현관문 비밀번호를 무단으로 바꾼 데다, '얘기를 하자'라며 팔을 잡아끌었다고 A 씨가 신고한 것에 따른 조치였다. 경찰 조사를 먼저 마친 김 씨는 이날 오전 6시 11분쯤 자리를 떴다.

경찰이 "택시를 잡아 주겠다"라고 했지만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15분 뒤 경찰은 김 씨에게 전화를 걸어 위치를 파악했는데 김 씨는 '파주로 가는 중'이라고 답변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집으로 가 흉기 챙겨 여친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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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 씨는 A씨 집으로 가 흉기를 챙긴 뒤 A 씨를 기다리다가 피해자 조사를 마치고 돌아온 A 씨를 무참히 살해했다. 당시 시민 2명이 A 씨를 끌고 가려는 김 씨의 모습을 목격했지만 신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목격자가 영문을 묻는 질문에 김 씨는 "여자친구와 다투다가 다쳐서 병원에 가는 중"이라고 둘러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목격자가 '구급차를 불러주겠다'라고 했지만, 김 씨는 '내 차로 가는 게 더 빠르다'라며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김 씨는 A 씨를 병원으로 옮기려 했으나 이미 때가 늦은 것을 알고 행선지를 바꿔 지리가 익숙한 파주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피해자 보호에 소극적인 것 아니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보복이 충분히 예상됐는데도, 접근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은  사건 초기 당시 보복 위험성이 높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매우 높음'-'높음'-'보통'-'낮음'-'없음' 등  5단계로 분류되는 '범죄 피해자 위험성 판단 체크리스트'를 적용한 결과, 실제 나온 판단 결과보다 오히려 한 단계 높은 조치를 적용했다고도 덧붙였다.

' 경찰 ' 피해자가 가해자 처벌 원하지 않아

출처 YTN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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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피의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체크리스트 결과는 밝히지 않았다. 특히 경찰은 김 씨와 피해자 간 관계를 단순한 연인 관계를 넘어 부부 혹은 사실혼 관계로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강조했다.

접근금지 조치를 취하려면 현행법상 부부이거나 사실혼 관계여야 하는데, 두 사람의 관계가 그만큼 가까운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피의자가 주로 피해자의 집에서 생활하는 등 사실상 사실혼에 가까운 '동거'로 봐야 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의에 대해 경찰 측은 "그 부분은 (사실관계가 아닌) 판단의 영역"이라며 "현장에서 주어진 매뉴얼로 판단해 봤을 때 사실혼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봤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오는 30일 A 씨 시신을 부검해 정확한 사인과 사망 시각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해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가 CBS 라디오 ' 김현정의 뉴스쇼 '에나와 분석했다.

메뉴얼 개선 강조한 이수정 교수

출처 tvN D ENT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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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교수는 " 이번에도 또 이런 생각과 함께 노력을 해도 이게 참 막기가 어렵다, 굉장히 무기력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고요. " , " 이게 사실은 경찰 입장도 참 안타깝기도 할 것 같아요. 당황스럽고.  이럴 줄 몰랐고. 그런데 제일 중요한 건 사실 피의자의 입에서 나오는 얘기를  곧이곧대로 믿으면 사실 안 되는 거죠. "

" 지금 상황이. 그런데 지금 그런 과정 중에 위험을 예지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변명이 있었고 그래서 판단 미스가 난 사건이다. 이렇게 보입니다. "라며 이와 같이 설명했다.

이어 " 피해자도 역시 자기에게 위험이 얼마나 임박했는지 잘 모를 수도 있어요. ", " 그렇기 때문에 지금 피해자, 가해자 관계를 보면 그냥 가해자라는 용어를 쓰겠습니다. " " 가해자, 피해자의 관계를 보면 이게 그냥 범상한 관계는 사실 아니라는 것을 경찰에서  담당 실무자가 판단을 했었어야 되는데요."  

" 지금 나이 차이가 10살도 넘게 나고  지금 가해자 남성이 지금 연상의 노모와 함께 살고 계신 여성의 집에서  한 일주일에 몇 번씩 '반 동거' 정도를 했던 1년간의 관계 같은 게 사실은  고려가 됐어야 되는데 그게 사건 초기에 제대로 고려가 안 됐던 것 같습니다. "라며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경찰의 수사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 일단은 폭력 신고가 돼서 경찰이 개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잖아요.  아까 도로에 중앙선까지 피신을 하고 도망을 가고 그러면서도 결국은 끌고 가서 폭행을 한 겁니다. ",  " 그래서 여성이 신고를 하게 된 거고요. "

" 그러면 그 폭행이 왜 일어났는지 이들이 어떤 관계인지 이런 것들을 확인을 해야 되는데 그런데 문제는 확인을 해서  이 둘이 한 1년 열흘 반 동거 상태의 어떤 아주 깊은 남녀 관계였다고 하면 사실은 오늘날의 가정폭력 처벌 법은 사실혼 관계도 어떤 보호의 범위로 인정해 주기 때문에 피해자 접근금지 명령이나 여러 가지 임시 조치를 적용할 수가 있고요. "라고 접근금지 매뉴얼에 대한 허술함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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