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빌라왕 전세사기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못했는데 동탄에서도 대규모 전세사기사건 신고접수가 되었다는 소문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세사기의 타깃  20-30대 비상

최근 들어 전국 각지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주된 피해자는 2030 세대이며 시기적으로 해당 전세자금이 전재산인 피해자들이 대부분이다. 전세 사기범들은 자기 자본이 부족하고 경험이 부족한 것을 악용하여 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실시한 전세 사기 전국 특별단속 결과를 보면, 전세 사기 피해자 1460명 중 20~30대 청년이 절반에 달하는 696명(47.7%)인 것으로 나타났다. 40대(222명), 50대(167명), 60대(99명)가 뒤를 이었다. 경찰은 같은 기간 2141명을 검거해 189명을 구속했으며, 총 피해금액은 2728억 원으로 집계됐다.

 

집주인 ‘국세 체납’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 반환 청구권’보다

우선시 되는 점 악용

체납세금을 통한 전세사기는 ‘전세보증금 반환 청구권’ 보다 ‘국세 체납’이 우선인 점을 악용한 사기다. 사기수법은 다음과 같다. 개인사업자인 임대인이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세금 체납액이 커지면 본인의 재산을 모두 가족명의로 돌리게 된다. 이후 체납액보다 더 큰 금액의 오피스텔을 구입하여 전세 임대를 놓게 된다. 해당 오피스텔에 임차인은 수개월 뒤 법원으로부터 임대인의 세금체납으로 인하여 해당 오피스텔이 경매에 넘어갔다는 '압류장'을 받게 된다. 현행 국세기본법은 ‘국세·가산금 또는 체납 처분비는 다른 공과금 기타의 채권에 우선해 징수한다’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기로인해 임차인은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체납한 세금이 있기 때문에 집이 공매로 넘어간다 하더라도 임차인의 보증금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된다. 즉 임차인이 임대인의 세금을 내준 셈이 된다. 공매로 넘어간 오피스텔 중 1억 5,0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소액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단 한 푼의 보증금도 건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소액임대차보호법’에 해당되더라도 임차인이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5000만 원에 불과하다. 

 

동탄신도시에서도 250채가진 임대인이 전세사기

경기도 화성의 동탄신도시 한 오피스텔에 전세로 거주하던 유 모 씨(여 31세)는 지난 6일 임대인에게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오피스텔 주인 지모씨(33·여)가 "세금 체납으로 내일 파산하게 되었다는 말과 함께 보증금을 돌려드릴 수 없을 것 같다"는 통화였다. 유 씨의 전세 보증금은 1억 7300만 원. 당황스러운 마음에 잠을 설친 그는 한 메신저 대화방에서 자신과 유사한 상황에 처한 이들을 알게 됐다. 유 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매우 화가 나고 비슷한 피해자가 많다는 게 괘씸하다"며 "형사고소까지 포함해 모든 방안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현재 온라인상에는 피해를 호소하는 게시글이 여러 건 확인되고 있다. 온라인에 게시된 내용은 동탄신도시 일대에 250여채의 오피스텔을 소유한 임대인 박 모 씨가 세금 체납 문제로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렵다며 해당 전세 세입자에게 오피스텔 소유권을 이전받을 것을 요구했다는 내용이었다. 동탄 신도시의 오피스텔은 역전세 상황으로 소유권을 이전받는다 하더라도 세입자별 2000만 원에서 5천만 원 정도의 손해가 불가피하다. 경찰에 접수된 신고건 외에도 동탄신도시 일대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하며 그 피해금액은 더 커질 전망이다. 

 

책임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19일 전세사기 의심 오피스텔의 거래가 이뤄진 부동산 앞에는 법무사로부터 문자를 받았다는 피해자들이 찾아오거나 주위를 서성였다. 그러나 오피스텔 입주자와 직접 계약을 진행했던 부동산은  지난 3월 15일경 사장이 바뀐 상황이다. 피해자들만 입장할 수 있는 단체 채팅방에는 이날 오전 기준으로 119명이 입장했다. 지난 3월 해당 부동산을 인수받은 사장 A씨는 “상황을 모르는 채로 인수받은 건 확실하고, 받고 보니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집주인이나 이전 사장과 연락할 이유도 없고 기사를 통해 어제저녁에나 이런 상황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전날 저녁 법무사가 보낸 단체문자를 통해 상황을 처음으로 인지했다며 문자의 내용을 알렸다. 문자에는 “임대인의 사정으로 인하여 6월 10일까지 소유권이전등기를 접수해야 국세 체납으로 인한 보증금의 순위가 보존되지 않는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임대인에게 의뢰받아 연락드린다. 관심 없으신 분은 죄송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어떤 임차인은 “스팸인 줄 알았다”며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려고 부동산을 찾았다고 한다. 

 

 

졸업해서 모은 전재산인데...

빚까지 떠안게 됐다.

이날 아침 부동산을 찾아온 20대 오피스텔 세입자 류 모 씨는 “집주인이 법무사를 통해 문자를 돌린 걸로 알고 찾아왔는데 이제 막 들어서 아는 게 없어 찾아왔다”며 “전세금은 1억 원 이었다”고 말했다. 부동산 앞에서 만난 임차인 김 모(21)씨는 “회사에서 출퇴근하려고 지난해 11월에 계약한 것”이라며 “특성화고를 졸업해 20살부터 1년 간 1800만 원을 모으고 중기청 대출을 7200만 원 받아 9000만 원짜리로 계약했다”라고 했다. 

이어 “어제 법무사 문자를 받고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는데 친구가 보내준 기사를 통해 알게 된 상황”이라며 “그럼 제 돈은 못 돌려받는 거냐”라고 되물었다. 김 씨는 임대인에게 문자를 보냈으나 “다른 부동산에 문의해 보고 판단 바란다”는 황당한 답변을 받았다. 

 

집주인 동탄·병점·수원 등에 오피스텔 250여 채를 소유

전세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임대인은 동탄·병점·수원 등에 오피스텔 250여 채를 소유한 부부인 것으로 밝혀졌다. 인근의 다른 부동산 사장은 “이미 인근 부동산을 팔아넘긴 부동산 업자들이 여러 곳이다. 갭투자 물건을 많이 보유한 부동산 원주인들은 다 날랐다”면서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더 높은 역전세때문에 이렇게 된 일"이라며 말했다.

 

전세사기 대안은 없을까?

다수의 피해를 막기위해 전문가들은 국가기관이 객관적인 시세평가를 하고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법률사무소의 대표변호사는 "전세 사기 범죄는 깜깜이 시세 때문에 발생하게 된다"며 "국가가 신축 건물이 만들어지면 이에 대한 시세를 파악해 공개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력이 낮은 청년층은 대체로 아파트보다 가격이 싼 빌라에 몰리는 경향이 있어 범죄 피해가 더 큰 상황"이라며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기 위해 시세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을 하루빨리 시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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