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숨진 아내가 '불륜남'과 낳은 아이 결국 "친생자 부인" 인정 "친부는 어디에?"...

절망한 남성, 아기 /사진= voronaman, fuyu liu-shutterstock.com
절망한 남성, 아기 /사진= voronaman, fuyu liu-shutterstock.com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법 가사단독 조경진 판사는 유전자 검사 결과 등을 근거로, 아내의 불륜으로 생긴 아이를 기르기를 원하지 않는 40대 A씨의 친생부인 소송에서 "혼인 기간 동안 태어났으나, 아버지가 아님이 명확하다"며 "친생자 부인을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작년 12월 28일에 청주시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에서 '아버지가 신생아를 데려가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았던 A씨는 "내 아이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출생 신고를 거부했다.

산모는 출산 후 사망했으며, 이 여성과 이혼 소송 중이던 A씨는 법률상 아이의 법적 보호자 신분이었다.

민법 844조에 의하면,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된다'는 것이 기준이었다.

그러나 A씨는 여성의 가출 신고 이력, 이혼 신청 및 결정, 의료 진료 기록, 아이와의 유전자 검사 결과 등을 근거로 지난 3월 '친생부인 소'를 제기했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이 아이는 충북 청주시 관할 지자체에 의해 출생신고가 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곧 주민등록번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청주시는 판결문을 받자마자, 지역 내 한 보호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 아이에게 출생신고를 할 계획이다.

출생신고가 완료되면 주민등록번호가 발급되고 가족관계등록부가 생성된다. 이를 통해 부모가 없는 경우에도 법적 지원 근거가 마련되어 양육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보살핌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사실을 안날로부터 2년이 지났다면?  

법원,아기/사진=캔바
법원,아기/사진=캔바

대법원 판결(2016므○○○○)에 따르면, 남편이 동의한 인공수정(AID)로 태어난 아이는 남편의 친자로 간주된다. 혼인 중에 태어난 아이가 유전자 검사를 통해 남편과 혈연 관계가 없음이 밝혀져도 친자 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는 혈연 관계만을 기준으로 친생자 추정 규정의 적용 범위를 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판결은 부부가 동거하지 않아 남편의 자녀를 포태할 수 없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만 민법 제844조의 친생자 추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36년 전 판례를 유지한 것이다.

따라서 아버지는 유전자가 다른 것이 확인된 자식을 상대로 그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2년 이내에 '친생 부인(否認)의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친자 관계를 부인할 수 없게 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3일 A가 자녀들을 상대로 제기한 '친생 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유전자 검사에서 혈연 관계가 없다는 것이 밝혀져도 친자식으로 간주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혈연 관계의 유무를 기준으로 친생자 추정 원칙이 미치는 범위를 정하는 것은 민법 규정의 문언에 배치되어 있다"고 말하며 "혼인 중에 아내가 출산한 자녀가 유전자 검사로 남편과 혈연 관계가 없다는 것이 밝혀져도 친자식으로 간주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친생자 추정 원칙은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를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혈연 관계의 존부를 기준으로 그 적용 여부를 달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가족제도를 보호하고 유지해야 하는 필요

법원,아기/사진=캔바
법원,아기/사진=캔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같은 판단이 가족제도를 보호하고 유지해야 하는 필요성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혈연 관계와 상관없이 형성된 가족 구성은 헌법과 민법이 지키고자 하는 가족 관계에 해당한다"고 밝히며 "이와 같은 가족 구성이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어 사회적으로 성장하고 강화되었다면 그 관계에 대한 신뢰를 보호해야 할 필요가 크다"고 말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 같은 판단은 부부가 동거하지 않았을 때 태어난 아이를 친생자 추정 원칙의 예외로 인정한 이전 판례를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83년 판결에서 '부부가 동거하지 않았다는 사실 등 분명한 외관상의 상황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친생자 추정이 무효화 될 수 있다'고 밝히며 예외 사유를 좁게 인정한 바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기존 판례를 유지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법조계는 기존 판례를 변경한다는 구체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은 만큼 '판례 유지'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한다.

또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인공수정'과 같이 다른 사람의 정자로 임신 및 출산한 경우에도 친생자 추정 원칙이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민법 제844조와 제847조는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한 자녀를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고, 이 추정을 무효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친생 부인 소를 인정하고 있다.

친생 부인 소는 남편이나 아내가 다른 당사자 또는 자녀를 상대로 그 사유를 알게 된 날로부터 2년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 제소 기간 제한이 있기 때문에 이 기간 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친생 추정을 받는 자녀에 대해 친자 관계를 부정할 수 없게 된다. 그 결과, 친생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친생자 관계는 유지된다.

 

인공수정 자녀의 신분관계는?

재판,아기/사진=캔바
재판,아기/사진=캔바

A와 부인 B는 1985년 결혼했으나, A의 무정자증으로 자녀가 생기지 않았다. 이에 따라 1993년, 다른 사람의 정자를 사용하여 인공수정을 통해 첫째 아이를 출산한 후, 두 사람의 친자식으로 출생신고를 했다. 1997년, 둘째 아이가 태어난 후, A는 무정자증이 치유된 것으로 오해하고 이번에도 부부의 친자식으로 출생신고를 했다.

2014년, A는 가정 불화로 인해 아내와 이혼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둘째 아이가 혼외 관계에서 생겨난 것임을 늦게 알게 되었고, 이에 두 자녀를 상대로 친자식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진행한 유전자 검사 결과 두 자녀 모두 A와 유전학적으로 친자 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1심은 기존 판례를 따라 두 자녀 모두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친생추정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친생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둘째 아이와 같이 유전자가 다른 것으로 확인된 경우도 친생추정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친생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지만, "유효한 양친자관계가 인정된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심과는 다르게 친생추정 예외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원고 패소'라는 재판 결과가 2심과 같아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는 파기환송이 아닌 원심 판결을 유지하는 상고기각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친생추정 예외 범위를 확대할 것인지에 대해 여러 의견을 듣기 위해 지난 5월 공개변론을 개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을 통해 인공수정 자녀의 신분관계도 다른 친생자와 동일하게 조속히 확정되도록 하여 임신과 출산의 새로운 모습에 따른 친자관계와 가족관계의 법적 안정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또한, “오랜 기간 유지된 가족관계에 대한 신뢰보호의 필요성, 혼인과 가족생활에 대한 자율적 결정권의 보장, 사생활 보호의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혈연관계만을 기준으로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범위를 정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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